[인터뷰] '10년 적자기업을 이익률 30% 알짜회사로'…에이피티씨 환골탈태 이끈 최우형 대표
[인터뷰] '10년 적자기업을 이익률 30% 알짜회사로'…에이피티씨 환골탈태 이끈 최우형 대표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2.01.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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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투자사 출신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 인터뷰
"식각장비는 고객사와 소통이 중요…SK하이닉스와 협력관계 강화"
"지난해 연매출 사상 최대기록 경신 전망…올해도 식각장비에 집중"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이사.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이사.

10년 넘게 적자만 내던 반도체 장비회사였다. 불과 6년 전인 2014년에도 매출 10억원에 영업적자만 43억원을 내던 기업이었다. 다들 '망해간다'고 했던 회사를 이공계 전공자도 아닌 창업투자사 출신이 살려보겠다고 나섰다. 결과는 '환골탈태' 급 변신. 5년만에 매출 930억원, 영업이익률 30%에 달하는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피티씨와 최우형 대표 얘기다. 에이피티씨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인 건식 식각장비(Dry Etcher)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SK하이닉스의 주요 협력사 중 한 곳이다. 지금이야 실적이 탄탄한 회사이지만, 2014년까지만 해도 에이피티씨는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회사를 확 바꾼 사람이 최우형 대표다. 최 대표는 KB인베스트먼트 출신의 투자 전문가다. 해외 일부 업체만이 독과점하던 식각장비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보유한 에이피티씨의 잠재력에 주목해 2003년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에이피티씨가 실제 장비 개발에 난항을 겪으며 경영 악화에 접어들자, 2015년부터는 회사 경영을 직접 맡았다.

최우형 대표 취임 이후 에이피티씨는 놀랄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2016년 매출 380억원에 영업흑자 전환을 이룬 데 이어 2020년에는 연 매출 930억원에 영업이익 296억원을 올렸다. 이익률만 31.8%다. 지난해 실적은 더 좋다. 1~3분기 누적 매출만 1477억원으로 이미 2020년 연매출을 150% 넘게 초과 달성했다. 

최우형 대표는 최근 《디일렉》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턴어라운드의 비결을 설명했다. 그가 꼽은 비결은 '고객사와의 소통'이었다. 최 대표는 "식각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객사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야 하는데, 당시 에이피티씨는 '고립된 섬' 처럼 고객사와의 왕래가 거의 없었다"며 "이에 고객사 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협력을 요청하는 등 교류 활성화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에이피티씨는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의 인정을 받았다. 2016년 SK하이닉스에 식각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SK하이닉스 내 식각장비 비중을 꾸준히 넓혀나가는 중이다. 향후에도 차세대 폴리실리콘 식각장비, 옥사이드 식각장비 등을 개발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우형 대표는 "단일 고객사에만 장비를 납품해도 연 매출 1조원을 기록할 수 있을만큼 식각장비 시장은 규모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도 연구개발과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좋은 성과를 올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우형 대표와의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Q. 대표님 반갑습니다. 우선 에이피티씨의 지난해 실적은 어떻습니까?

A. 지난해는 회사가 크게 성장하는 해가 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이 이미 2020년 연간 실적을 넘어서면서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반도체 업계에 계신 대표 분들이 보통 엔지니어 출신이 많은데, 대표님은 투자업 쪽에 계셨죠?

A. 그렇습니다. 1993년도에 창업투자회사에 입사해서 2014년도까지 근무했죠. 아직 매출조차 없는 벤처 기업에 투자해서 상장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보람이 있었고, 또 재밌었습니다. 이전에 투자했던 한 의류기기 업체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 있기도 합니다.

Q. 경영학 전공자로서 기술을 이해하시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A. 물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창업투자회사에서는 특정 업체에 투자하기 전에 심사위원회를 여는데, 투자를 왜 진행해야 하는지를 어필하기 위해서는 업체에 대해 상세히 알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 자리에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서 '내 자리가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20년 동안 투자 업무를 하다보니, 어느새 기술을 이해하는 어려움이 없어졌습니다. 박사 출신의 엔지니어 분들과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됐죠. 

Q. 반도체 장비업체, 그 중에서도 에이피티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창업투자회사에서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투자를 담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반도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회사에 공부를 위한 시간을 한 달만 달라고 했었습니다. 이후 제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을 정리해 96년도에 국내 반도체 산업 현황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은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잘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본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거였죠. 반도체를 잘 만들어도 돈이 국내에서 돌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반도체 장비업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1990년대에는 국산화에 대한 염원이 높아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에이피티씨는 처음 소개를 받아서 알게 됐습니다. 아이템이 식각장비 분야였는데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보였고, 사실 주변에서도 투자에 대한 반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 의향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덕에 2003년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죠. 이후 에이피티씨는 2018년 8월에 상장했습니다.

Q. 지금은 에이피티씨가 성공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지만, 중간에 어려운 시기가 많지 않았습니까?

A. 그렇죠. 은행과 창업투자회사가 같이 투자를 해 줬는데 10년 이상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적자도 지속되고 매출도 제대로 된 게 없는, 사실상 망한 회사였죠. 2012년에 외부에 도움을 받아 40억원가량의 추가 투자를 진행했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결국에는 회사에서 직원들 월급을 못 주는 입장까지 됐죠. 

그때 에이피티씨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영업이나 기술적 지식도 없이 SK하이닉스에 찾아가 후원을 요청했죠. SK하이닉스에 아는 사람도 없었지만 회사에 찾아가보니 산업에 대해 파악이 되고, 결국에는 데모 장비를 받으면서 회사가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Q. SK하이닉스에서는 대표님을 신기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A. 처음 그 분들의 저에 대한 표현이 '이 사람은 뭐지?' 였습니다. 기술자도 아니고, SK하이닉스 사람도 아닌데 도와달라고 했으니까요.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가끔 하곤 합니다.

Q. 에이피티씨로 옮긴 시기는 언제인가요?

A. 2015년 1월 달에 에이피티씨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일했죠.

Q. 실제 반도체 업계에서 일을 하시면서 느낀 차이점이 있습니까?

A. 창업투자회사에서 계속 있었다면 식각장비를 팔았다는 것 만으로도 대박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와보니,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전체 시장이 에베레스트 산이라면 언덕 하나만 올라보고 대박이라고 한 것과 같았습니다. 정상에 올라 가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고, 기술적으로도 가야할 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Q. 대표님이 보시기에 에이피티씨의 성장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투자사에 있을 때의 경험이 참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할 때는 업체와 산업에 대해 깊게 이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교류가 중요하죠. 그런데 2013년 에이피티씨를 보니 고객사와의 교류가 전혀 없었습니다. 외딴 섬과도 같았죠.

그래서 저는 창업투자회사 직원 신분으로서도 고객사 회의에 직접 참석했고, 에이피티씨에도 일주일에 2~3번은 SK하이닉스에 들어가 고객사가 뭘 원하는지, 어떤 장비를 만들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에이피티씨에서는 '지금 우리보고 영업을 하라는 거냐'고 반발했는데, 이건 영업이 아닙니다. 고객사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것이 개발의 핵심 요소죠. 그 뒤로 고객사와의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많은 솔루션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게 지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에이피티씨의 주력 제품인 식각장비는 국산화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A. 식각장비는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다행히 SK하이닉스가 에이피티씨를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하고 많은 지원을 해 줘서 장비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식각장비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고객사와의 테스트를 통해 꾸준히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시간이나 자원낭비가 심해 고객사 입장에서도 개발 기회를 주기가 사실상 힘들죠.

식각장비 시장을 주도해 온 해외의 유력 장비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장비를 개발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사와의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장비를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정인데, 새로운 반도체 공정이나 제품 개발에 맞춰 장비도 계속 발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발 난이도가 높은 과제는 테스트 기간만 1년에서 2년 걸리는데, 그 사이 기술이 또 다른 방면으로 발전할 수 있어 항상 선행개발을 구상해야 하죠.

Q. 그 중에서도 옥사이드 식각장비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 일반적으로 식각장비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옥사이드 분야가 어렵다고 하는데, 폴리실리콘과 메탈 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램리서치, AMAT, TEL 등도 각기 주력하는 식각장비 분야가 있는데, 각 분야가 기술적으로 매우 달라 난이도를 따지는 데 큰 의미는 없습니다.

Q. 장비 개발이나 매출처 확보 면에서 에이피티씨의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A. 식각장비는 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반도체 공정 전 라인을 세워야하기 때문에, 장비 안정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때문에 많은 노하우를 확보하고 문제가 생길 시 빠르게 대처하는 게 필요하죠. 저희도 장비 안정화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2019년 말에는 폴리실리콘에서 메탈 식각장비로 분야를 확장했습니다. 조만간에는 차세대 폴리실리콘 식각장비 개발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옥사이드 식각장비도 개발할 겁니다.

저희가 식각장비에 주력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인데, 폴리실리콘과 옥사이드 양쪽 시장 규모가 매우 큽니다. 폴리실리콘과 메탈 식각장비를 SK하이닉스에만 팔아도 1조원 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회사가 됩니다. CVD나 ALD 장비도 개발할 수는 있지만, 현재 인력상으로 볼 때 옥사이드 식각장비 개발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최근 미국법인에 이어 중국법인도 설립하셨는데요.

A. 주 고객사인 SK하이닉스의 중국법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원래는 회사 직원들이 SK하이닉스 우시법인에 들어간 장비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비자를 받고 출장을 갔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장기간의 격리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3개월 출장을 가는 데 한달 정도 격리 생활을 하니 직원들이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법인을 만들게 됐고, 기회가 되면 중국 시장 진출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Q. 올해 매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A. 저희 장비가 판매되는 경로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에 비례해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디바이스의 공정으로 들어가는 장비가 있고, 공정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경쟁 업체를 대체해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때문에 매출이 유동적인데, 올해도 전년 대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반도체 업계에서 인력 확보가 주요 화두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대비하고 계십니까?

A. 돈을 아낀다고 회사가 잘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귀한 사람이 있으면 그에 걸맞는 충분한 보상을 줘야죠. 특히 저희 회사 직원들은 식각장비 개발을 하다보니 다른 업체에서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이에 인력이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보상 시스템을 강화시켰습니다. 많이 벌고 많이 주자는 것이 회사의 모토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젊은 반도체 인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큰 기업만이 길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 회사들을 보면 중견기업이 굉장히 많고, 인력들도 지원을 많이 합니다. 이런 회사들은 회사와 인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이미 성장한 대기업에서는 얻기 힘든 가치죠. 저희 회사에도 좋은 인재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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