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물붓기'...네패스, 자회사 네패스아크 지분 잇단 매각 왜?
'밑빠진 독 물붓기'...네패스, 자회사 네패스아크 지분 잇단 매각 왜?
  • 노태민 기자
  • 승인 2024.02.2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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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패스, 지난달부터 네패스아크 주식 60만주 매각
네패스아크 주식 처분으로 183억 자금 확보 추정
네패스, 지난해 12월 네패스라웨 600억 채무 인수
네패스라웨 청안캠퍼스. (사진=네패스)
네패스라웨 청안캠퍼스. (사진=네패스)

반도체 후공정 기업 네패스가 지난달(1월) 15일부터 핵심 자회사 ‘네패스아크’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각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21일까지 매각한 네패스아크 주식만 60만주(지분 4.93%)에 달한다. 매각으로 현금화한 액수는 180억원가량이다.

네패스는 네패스아크 지분 매각에 대해 ‘단순 처분’이라고 공시했지만, 업계에선 다른 해석이 나온다. 최근 수년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패키징 자회사 네패스라웨 지원에 따른 운영자금 확보 차원 아니냐는 분석이다. 네패스라웨는 네패스가 지난 2020년 신설한 자회사로 매년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네패스는 네패스라웨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금전 대여, 채무 인수 등의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패스아크는 지난 23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공시를 통해 네패스가 네패스아크 지분 2.71%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네패스는 지난달 30일에도 네패스아크 지분 2.22%를 매각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네패스가 밝힌 지분 매각 사유는 ‘단순 처분’이다.

네패스아크 공시를 살펴보면 네패스는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12거래일 연속 네패스아크 지분을 매각했다. 이 기간 동안 총 26만9546주를 매각했으며, 평균매각단가는 2만9166원이다. 이후 이번달 15일까지 네패스아크 지분 매각을 멈췄으나, 16일부터 네패스아크 지분 매각을 재개했다. 21일까지 추가로 33만454주를 팔았다. 이 기간(16일~21일) 동안의 평균매각단가는 3만1742원이다. 종합해보면, 네패스는 올해 네패스아크 주식(60만주) 매각을 통해 183억5096만원 규모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네패스의 네패스아크 지분 매각이 '네패스라웨 지원'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네패스는 지난해 12월 네패스라웨의 600억원 금융채무를 인수한 바 있다. 채무 인수 이유에 대해서는 “종속회사인 네패스라웨의 누적 손실로 인한 채무상환 여력 악화에 따라 지급보증인으로서 관련 채무인수”라고 설명했다.

네패스는 네패스라웨에 운영 자금도 대여하고 있다. 2022년 11월 300억원 규모 금전 대여(2023년 11월 만료였으나 2024년 11월까지 기간 연장)에 이어 지난해 8월에도 300억원을 추가로 대여했다. 네패스는 금전 대여 목적에 대해 ‘운영 자금’이라고 공시했다. 이외에도 자회사 네패스아크가 2022년 11월 네패스라웨에 300억원 규모 금전 대여(2023년 11월 만료였으나 2024년 11월까지 기간 연장)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네패스라웨가 2020년 출범 후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패스라웨는 2020년 영업손실 304억원, 2021년 영업손실 63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 700억원, 영업손실 698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수백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패스라웨 주요 주주현황. <자료=네패스라웨>

네패스라웨는 네패스가 지난 2020년 2월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지(FO-PLP)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회사다. 지난해 3월 발표한 2022년 네패스라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네패스는 네패스라웨 지분 57.78%를 가지고 있다. 2대 주주는 에스지코어유한회사(9.43%)와 한투에스지제이호유한회사(9.43%)다.

<사진=네패스>

팬아웃은 입출력(I/O)을 칩 밖으로 배치해 패키지까지 I/O를 늘리는 기술이다. I/O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칩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PLP는 300mm(12인치) 원형 웨이퍼가 아닌 가로·세로 600㎜ 사각형 패널에서 패키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원형 웨이퍼 대비 생산 단가와 생산성이 월등히 높다. 다만, 기술적 난제와 이로 인한 고객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네패스라웨는 3개년(2020년~202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FO-PLP는 기판 사이즈가 기존 웨이퍼 대비 월등히 커 휘어짐 현상이 나타난다. 휘어짐 발생 시 다량의 배선 불량이 생길 수 있는데, 수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고객사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네패스라웨의 영업 손실은 네패스의 장기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네패스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연결기준) 매년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연결기준) 누적 영업 손실은 580억원이다. 반면, 별도 기준으로 보면 네패스의 올 3분기 누적 영업 이익은 3230만원을 거뒀다.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네패스라웨로부터 시작된 재무 건정성 악화가 네패스 등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tmnoh@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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