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동참에도 '닫히지 않은' 中제재 그물망..."중국, 여전히 7nm 양산 가능"
네덜란드 동참에도 '닫히지 않은' 中제재 그물망..."중국, 여전히 7nm 양산 가능"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3.03.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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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동참 계획
ASML도 성명 발표…"이머전 DUV 장비 수출 제한"
구형 이머전 DUV 장비는 여전히 규제 밖…中, 향후 7nm 양산 가능
"미국이 협상 위한 여지 남겨…미국·네덜란드 기업 피해도 의식한 듯"
ASML의 이머전 DUV 장비 제품군. 출처 : ASML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세부 규제 사항을 공개했다. 네덜란드의 ASML의 EUV(극자외선) 장비에 이어, 이머전 DUV(심자외선) 장비의 중국 수출도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머전 DUV 장비는 최첨단 반도체의 영역인 7nm를 구현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장비다. 중국 기업의 최첨단 반도체 양산 길이 막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7nm 공정 양산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ASML이 성명서를 통해 직접 발표한 규제 범위에 '일부' 이머전 DUV 장비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네덜란드가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을 완전히 차단하려 한다기 보다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가 반도체용 DUV(심자외선) 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의 뜻을 밝혔으나, 중국의 7nm 공정 구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리에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의회에 "국가 안보를 위해 가장 진보된 DUV 노광 장비의 대중 수출을 최대한 빨리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보냈다. 최근 연일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네덜란드 소재의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를 겨냥한 발언이다. ASML은 미국의 대중 압박 기조에 따라 이미 2019년에도 최첨단 노광장비인 EUV(극자외선)의 중국향 판매를 제한한 바 있다.

ASML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를 즉각 발표했다. ASML은 "정부가 언급한 '가장 진보된'의 정확한 정의에 대한 정보는 받지 못했지만, ASML의 'TWINCSCAN NXT:2000i'와 그 후속 모델(NXT:2050i)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한다"며 "다만 레거시 공정에 집중하는 고객은 여전히 ASML의 제품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ASML가 직접 밝힌 DUV 장비의 '규제 범위'에 주목한다. ASML의 NXT:2000i와 NXT:2050i는 이머전 DUV 장비에 해당한다. 이머전은 렌즈와 웨이퍼 표면 사이의 공간을 굴절률이 큰 액체의 매질로 대체해 해상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머전을 활용하면 일반적인 DUV 보다 더 작은 38nm의 선폭까지 단일 패터닝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머전 DUV 장비로 회로를 더블 패터닝(노광 공정을 두 번 거침)하게 되면, EUV 공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7nm급 공정 구현도 가능하다. 실제로 대만 파운드리 TSMC도 EUV 공정 도입 이전에는 DUV로 7nm 제품을 다수 생산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SMIC가 이머전 DUV 장비를 통한 더블 패터닝으로 7nm SoC(시스템온칩)을 생산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ASML이 시중에 유통 중인 이머전 DUV 장비는 NXT:2000i와 NXT:2050i, 그리고 NXT:1980Di 세 종류다. ASML의 설명대로라면 NXT:1980Di는 네덜란드의 수출 규제가 발효된 뒤에도 문제없이 중국향으로 수출할 수 있다.

국내의 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해당 이머전 DUV 장비들은 버전에 따라 부가적인 기능에 차이가 있을 뿐, 선폭과 관련한 해상력은 모두 동일해 기술적으로는 중국이 7nm 공정을 여전히 구현할 수는 있는 여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미국과 네덜란드가 모든 이머전 DUV 장비를 막지 않은 건 분명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이번 미국과 네덜란드의 행동에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교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EUV에서 이머전 DUV로 서서히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단번에 제재 수위를 높이게 되면 추후 중국의 대응에 따라 추가 제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옅어지게 되고, 미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악영향이 커지다보니 적절한 범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어 "다만 중국도 이머전 DUV 장비로 생산효율성과 시장경쟁력을 갖춘 7nm 공정을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반도체 선폭의 숫자적인 의미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jkyoon@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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