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장비만 하던 원익그룹은 왜 신생 DDI 팹리스 인수했나
반도체 소재·장비만 하던 원익그룹은 왜 신생 DDI 팹리스 인수했나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2.12.05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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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홀딩스, 신생 팹리스 디투아이 지분 100% 인수
디투아이, 2021년 창업한 모바일용 DDI 설계 팹리스
매그나칩 매각 대비...삼성D, 공급선 관리차원에서 요청
원익그룹, 장기적으로 DDI 시장 진출 호재로 작용할 듯
출처 : 원익홀딩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소재·장비 분야에 집중해 온 원익그룹이 최근 이례적인 투자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을 맡은 원익홀딩스를 통해 지난 8월 신생 DDI(디스플레이구동칩) 팹리스 업체 지분 100%를 취득했다. 그간 반도체 소재·장비를 주력으로 하던 원익이  팹리스 쪽 투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이번 M&A가 사업(DDI 팹리스) 진출이라는 원익그룹의 판단과 함께 삼성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함께 OLED DDI 공급사인 매그나칩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선 관리 차원에서 원익그룹에 이번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원익홀딩스는 지난 3분기에 신생 팹리스 업체인 디자인투이노베이션(이하 디투아이)을 인수했다. 원익홀딩스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디투아이 지분 100%를 107억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디투아이는 모바일용 OLED DDI를 전문으로 설계하는 팹리스다. 지난 2021년 말 설립된 신생 팹리스다. 디투아이는 지난 8월 원익그룹에 편입되면서 사명도 '원익디투아이'로 바꿨다.

그간 원익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세 분야의 소재·장비 사업에 집중해왔다. 원익홀딩스, 원익IPS,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큐엔씨 등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에, 원익피앤이 등이 2차전지 분야에 주력하는 구조다. 디투아이와 같은 반도체 팹리스 업체를 계열사로 맞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원익그룹이 신생 DDI 팹리스를 인수한 배경에 주목한다. DDI 시장은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IT 기기 수요 증가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향후에는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DDI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사실상 0% 내외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삼성LSI, LX세미콘, 노바텍, DB하이텍 등 주요 업체들이 이미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시장 현황 및 산업 여건만 보면 신생 DDI 팹리스를 인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원익그룹이 디투아이를 인수한 배경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용 DDI를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로부터 주로 공급받는다. 매그나칩에서도 일부를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매그나칩이 지난해 중국계 사모펀드로의 매각이 불발되고, 최근 재매각을 추진하는 등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매그나칩 경영권 매각에 맞춰, 공급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를 위해 우호적 관계에 있는 원익그룹에 디투아이 인수를 요청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디투아이를 이끌고 있는 홍순원 대표의 역량도 이번 인수와 관계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순원 대표는 국내 1세대 팹리스 업체인 티엘아이의 창립 멤버다. 지난 1998년 설립된 티엘아이는 LCD DDI와 DDI용 T-CON(타이밍 컨트롤러) 등을 전문으로 개발해왔다. 현재 홍순원 대표는 티엘아이의 센서 전문 자회사인 센소니아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또한 홍순원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및 카이스트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주요 인사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홍순원 대표가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의 전문가이기도 하고 삼성그룹 내 동문들과 끈끈한 관계를 다져왔기 때문에,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 등을 필두로 이번 인수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즉,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측에서 신생 팹리스 업체에 직접적인 투자를 하기는 부담스럽고, 주요 협력사인 원익그룹을 통해 우회적으로 매그나칩 이탈에 대비해 DDI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게 이번 원익그룹의 디투아이 인수 배경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jkyoon@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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