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서 잊혀진 '초격차'…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언제쯤?
배터리서 잊혀진 '초격차'…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언제쯤?
  • 이수환 전문기자
  • 승인 2022.11.08 0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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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이재용의 뉴삼성] ⑥글로벌 배터리 '벌크업' 경쟁 외면하나
삼성 배터리사업 기조는 점유율 대신 수익성
더 이상 격차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려울 수도
삼성SDI 배터리 이미지(사진 삼성SDI)

이재용 회장 시대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는 B·B·C가 꼽힌다.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다. 이 가운데 배터리 사업은 삼성SDI가 맡고 있다. 그런데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은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외친 '초격차'와 거리가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라 매출, 점유율에 차이는 있으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 기준 세계 5위 혹은 6위를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1위가 당연한 메모리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TV 등과의 사업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대신 '질'적으로는 업계 1위인 중국 CATL을 앞섰다. 올해 3분기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 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각종 보조금과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운 CATL(3분기 영업이익율 9.5%)을 넘어섰다는 점은 삼성SDI의 관리 능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다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업(業)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 '신중 또 신중'...삼성의 배터리 사업전략

삼성SDI가 배터리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건 몇 차례 있었던 필드사고 때문이다. 2000년대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팔던 시절부터 발생했던 일이었다. 2003년 델 노트북이 처음이었고, 2016년 갤럭시노트7,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쳐 일어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난관에 부딪쳤다.

2015년을 기점으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을 받으면서 배터리의 위험성이 부각되며 대폭 전략 방향이 수정된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배터리는 언제 사고를 낼지 모르는 위험한 제품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후 갤럭시노트7 화재로 우려는 현실이 됐고, 삼성SDI는 철저한 수익성 위주로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 배터리 수주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2018년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를 받았으나 그룹에선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배터리 공급을 포기했다. 빈자리는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이 차지했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좀처럼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점, 올해 재무 전문가인 최윤호 사장 부임 이후 반년 가까이 신규 투자가 집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삼성SDI가 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알 수 있다.

◆ 전고체? 상용화 멀어 대안되기 어려워

지난해 삼성SDI의 시설투자는 사상 최대인 2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만 7조원 가까이 투자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하면 산술적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조달할 것인가가 과제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과 달리 삼성SDI는 배터리 분야 투자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다. 재계에선 배터리 필드사고 경험으로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배터리 투자에 보수적이지만, 시설투자액은 매년 늘어났다는 점에서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점에서 필드사고 위험이 거의 없는 전고체 배터리는 삼성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무기로 꼽힌다.

밀접한 관계인 BMW가 전고체 배터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삼성SDI가 올해 수원 사업장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일명 S라인)을 준비중이라는 점에서 아직 기회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주요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전고체 배터리 로드맵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5년 이내에 쉽지 않다는 점, 상용화가 이뤄져도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프리미엄 시장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배터리 핵심소재 투자로 방향 바뀔수도

이재용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올해 해외 출장과 각 사업장을 두루 돌아보며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 만들자"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방향의 투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자회사인 에스티엠을 통한 양극재 투자다.

이미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과 양극재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운용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늘어나는 배터리 생산량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전략 고객사인 BMW, 스텔란티스, 테슬라 등이 요구하는 배터리 물량과 수익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수직계열화가 필수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에스티엠이 프리커서(전구체) 생산 라인을 코스모신소재에 매각했기 때문에 LG화학처럼 단순 양극재 생산에 집중하거나 별도의 합작사 설립도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shulee@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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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정 2022-11-19 19:12:36
BBC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라는데 설마 반도체 세마이컨덕터를 C라고 생각한건 아니겟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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