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기에 대비하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엇갈린 전략
반도체 혹한기에 대비하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엇갈린 전략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2.10.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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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불황 및 시장 불확실성 지속 전망
삼성, "인위적 감산 없다…중장기 수요 대비 투자 지속"
SK, "수요 위축 등에 대응해 내년 감산, 투자축소 할 것"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조감도. 출처 : 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불황의 그림자가 엄습했다. 짙고 두터운 그림자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죄다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0%나 줄었다.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도 50%가량 급감했다. 반도체 혹한기의 본격 개막이다.

업계의 관심은 올해 4분기와 내년 업황에 쏠린다. 혹한기가 얼마나 오래갈 것이냐는 전망에 따라 설비투자와 생산량 조정폭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망과 전략은 어떨까.

일단 3분기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밝힌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혹한기' 대처법은 엇갈린다. 내년 업황 전망은 대동소이하지만 대응전략은 차이가 났다. SK하이닉스가 '감산'과 '투자축소' 방침을 정한 반면, 삼성전자는 '일단 관망'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 내년 메모리 업황 전망

현 시점에서 메모리 업황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비슷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수요성장률이 D램은 한 자릿수 초중반, 낸드는 한 자릿수"라고 밝혔다. "전례없이 낮은 성장률"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도 "(3분기에) 시장 전반의 수요 약세로 전체 비트그로스가 가이던스를 하회했다"고 했다.

4분기 전망은 약간 차이가 있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D램, 낸드 출하량은 3분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업들의 투자축소와 재고 조정의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낙관론을 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매크로 영역에서 불확실성이 크고, 고객사 재고조정이 확대되는 등 전반적인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3분기 기저효과를 감안할 경우 D램과 낸드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비트그로스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내년 업황은 어떨까. 우선 SK하이닉스는 "내년 D램은 10% 초반, 낸드는 20% 중반대의 수요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객사 재고가 내년 1분기까지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내년 1분기까지는 극심한 혹한기가 닥칠 것이란 의미다. 삼성전자도 내년 하반기가 돼야 서버·모바일 등에서 메모리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점쳤다. 특히 낸드의 경우 D램과 달리 내년에 시황이 회복될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업황이 극도로 부진하고, 하반기에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미-중 갈등 등과 같은 매크로 영역의 불확실성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길어질 경우 메모리 업황이 '업턴'하기까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양사의 공통된 관측이다. 

◆ 투자와 생산 대응전략

업황 전망은 비슷했지만, 투자 및 생산 관련 대응법은 상이했다. SK하이닉스는 '감산'과 '투자 축소'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하고, 팹 내 장비 재배치 등을 통해 제품 출하량을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대비 내년 생산량을 줄이는 시나리오까지 검토 중이다.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해 내년 캐팩스 투자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고자 한다"며 "장비 투자와 인프라 투자 모두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고, 낸드 분야의 투자 감소 폭이 D램보다 조금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방침을 계속 고수하기로 했다. 현 시점에서 시장 수요가 위축돼 있기는 하나,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미리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업황에 맞춰 설비투자는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했으며, "중장기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의 인프라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다만 "(메모리) 시황이 지금보다 더 급변할 지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매크로 이슈와 불확실성 등을 고려한 여러 투자 시나리오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제재 여파는?

올해 반도체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여파다. 이 규제 여파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1년간 장비 반입 규제 유예조치를 받아냈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끝나는 1년 뒤 상황은 여전히 예측 불가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의 우려는 컸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팹을 가동 운영 중이다. 1년 뒤 장비 반입이 불허되는 상황이 닥칠 경우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SK하이닉스는 "(최악의 경우) 중국 팹이나 장비를 매각하거나, 한국으로 가져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그런 컨틴전시 상황이 오지 않고 팹을 운영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경우 중국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면 삼성전자는 중국 수출규제와 관련해 "매크로 측면의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 내년 메모리 분야 '기대 포인트'는?

극심한 반도체 혹한기에도 믿을 구석은 있는 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업황 부진 전망 속에서도 성장이 기대되는 돌파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하이닉스의 희망 포인트는 'DDR5'였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는 DDR5 시장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에 맞춰 관련 산업 생태계 준비가 갖춰지고 고객사의 대기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고 기대했다. 또한 "내년에 서버 고객사의 DDR5로의 전환이 확대될 것"이라며 "1a 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고용량 DDR5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기대하는 돌파구 역시 DDR5 등 고부가 시장 확대였다. 삼성전자는 "DDR5, LPDDR5X 등 신제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고부가, 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고객사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가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디일렉=장경윤·강승태 기자 jkyoon@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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