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준의 딜인사이드] SK온 프리IPO, 막은 올랐는데...
[이종준의 딜인사이드] SK온 프리IPO, 막은 올랐는데...
  • 이종준 레드일렉 심사역
  • 승인 2022.12.06 17: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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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물적분할한 SKIET의 그림자
이종준의 딜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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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한 적자기업인 SK온의 프리IPO에 대한 첫 윤곽이 나왔다. 기업가치 22조원(pre)에 투자후(post) 최대 지분율 5.7%(1조3200억원)를 내어주는 딜이다. 시중에 떠돌된 얘기들이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공시를 통해 확정됐다.

일반적이진 않다. 투자후(post) 10% 가량 지분을 내어주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가치가 몇십억원이든 몇백억원이든, 심지어 조 단위이더라도 통용되는 룰이다.

확정된 투자금액은 최대 5.7% 지분율(post) 가운데 3.1% 포인트에 해당하는 6953억원이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6247억원은 미확정이다. 그 중 1393억원은 12월 내 확정될 예정이라는 걸로 봐서, ‘유력’이라고 볼 수는 있겠다.

자금유치의 성공지표란 빠른 투자금 납입과 높은 기업 밸류다. SK온의 프리IPO는 둘 다 충족이 안됐다.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 김준 대표(부회장)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SK온의 프리IPO 딜 클로징 시점은 대충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었다. 실질적 의미의 딜클로징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거론되던 투자 유치금액은 3조~4조원 가량이었다. 보통의 경우, 3조원에서 4조원을 투자받는다고 하면, 기업가치는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평가를 받는다. 10% 가량의 지분율을 내어주는 게 일반적임을 한번 더 강조한다.

정리하자면, 40조원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상반기 내 4조원 전후의 금액이 회사에 들어올 줄 알았던 SK온의 프리IPO는 우선 하반기에도 딜클로징이 되지 않았고, 기업가치는 기대치의 절반인 22조원으로 고정됐으며, 당연히 회사로 들어오는 돈마저 확 줄었다.

간단하게 평가하자면 다소 아쉬운 ‘1막'이다. 

자본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얼어붙었는데 어쩌라는거냐고 할수도 있겠다. 그리고 작년과 재작년 저금리에 따른 글로벌 자금호황에 기업 밸류가 뻥튀기돼,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기업이 무조건적인 ‘성공 사례’는 아니지 않냐는 지적에도 동의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다. ‘운(運)’은 어디에나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 '운(運)' 가운데서도 제 ‘명(命)’을 결정짓는 선택의 순간은 언제나 있다.

같은 업종의 비슷한 사례인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물적분할했다. SK온은 2021년 10월에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했으니, 양사간의 시차는 1년 정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물적분할로부터 1년쯤 지난 시점이었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선택이 갈린 지점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모회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선택이었겠지만. 아무튼, LG에너지솔루션은 물적분할뒤 바로 IPO를 진행했고, SK온은 프리IPO를 거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당시 기업가치는 70조원이었다. 이 기준을 가지고 SK온의 기업가치를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SK온의 기업가치는 애초에 20조원대가 적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꿔말하면 40조원대 기업가치라는 목표는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적었다.

분할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순자산은 5조9600억원으로, SK온(2조1300억원) 대비 2.8배 수준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당시 순자산대비주가비율(PBR)을 동일 적용하면, SK온의 기업가치는 25조원이 된다. 아주 단순한 계산이지만, 너무 커다란 걸 다룰 땐 오히려 단순할수록 더 잘 맞는 경우가 있다.

SK온에는 먼저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 제조기업인 SK온보다, 배터리 분리막 제조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먼저 상장시키는 결정을 내린다. 둘 다 물적분할했고 프리IPO를 거쳤다.

SKIET는 2019년 4월 분할됐고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보다도 상장이 빨랐다. 이때는 자본시장의 ‘운(運)’이 ‘성(盛)’할 때였다. 주당 공모가는 10만5000원, 공모범위(7만8000원~1만5000원)의 상단으로 상장했다.

SKIET의 주가는 5일 종가 기준 6만400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 대비 40% 가까이 빠졌다. SKIET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믿고 공모주를 처분하지 않고 있던 주주들은 40% 정도의 평가 손익이 발생했다. 또한 올해 3분기 SKIET의 누적 영업손실은 420억원으로 연간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돈을 번 곳도 있다. SKIET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프리IPO에 들어왔던 투자자는 확실하게 돈을 벌었다. SKIET 상장 전 SK이노베이션은 SKIET의 지분 90%를 가지고 있었다. 프리IPO때 나머지 지분 10%를 사모펀드 운영사 프리미어파트너스 측(프리미어슈페리어)에 넘겼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의 프리IPO에서 앞서 언급했던 ‘투자유치시 10% 지분 할애’라는 일반적인 투자유치 관행을 따랐다. 다만, 프리IPO 이후 SKIET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구주 매출 비중이 신주발행보다 더 높았다.

지금 같은 자본시장 상황에서는 신주 발행 비중보다 많은 구주매출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전체 공모금액이 2조2460억원인데, SK이노베이션의 구주매출과 SKIET 신주발행 비중이 6대4였다. 취득 관련 비용을 생략하고 말하자면(이후에도 생략), 1조3480억원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흘러갔으며, 상장을 하는 SKIET에 들어온 돈은 8980억원에 불과했다.

SK이노베이션은 보유하고 있던 SKIET의 주식을 4분의 1이상 팔았다. SKIET 상장후 지분율은 61%까지 희석됐다.

작년 11월 프리IPO 투자자 프리미어파트너스 측은 16만5500원 단가에 보유 주식 절반 가량을 처분해, 3000억원을 현금화했다. 상장후 6개월이 지나 보호예수가 풀린 시점이었다. 그 전까지 SKIET의 주가는 최고 24만9000원을 찍었었다.

3000억원은 프리미어파트너스 측의 SKIET 프리IPO 투자원금이었다. 잔존지분은 얼마에 팔든 파는 족족 투자수익이 된다. 프리IPO 주당 단가는 4만7800원이었다.

만약 SKIET보다 SK온의 상장을 먼저 추진했었더라면, 시장 상황이라는 ‘운(運)’이 있기에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공모 방식이 통과할만큼 자금유치는 수월했을 것이다. 프리IPO도 마찬가지였을테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운(運)’에서는, 정말이지 갖은 노력을 다해야 ‘명(命)’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SK온의 프리IPO 관련 내용을 보면, 안타깝게도 10% 지분율 할애라는 일반적인 투자유치 방식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상장하며 12조750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인 LG에너지솔루션은 ‘물적분할 재상장’이라는 자본시장의 ‘운(運)’을 바꿔놓은 장본인이다.

이른바 ‘LG에너지솔루션의 사태’ 이후로 물적분할 재상장에 대한 정부 당국의 감시가 강화돼, 최근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철회하거나 분할 필요시 인적분할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그 전까지는 물적분할이 대세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당시 모회사인 LG화학은 4.3% 지분을 구주매출로 팔았다. 2조5500억원 어치였다. LG에너지솔루션 신주발행 금액은 10조2000억원이니, 신주발행과 구주매출의 비율은 8대2였다. LG화학은 81.8%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물적분할 재상장에서 가장 비판 받는 부분은 기존 모회사의 주가 하락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회사들이 물적분할 자체가 힘들어지거나, 이미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하며 기존 모회사의 주주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거나 혹은 인적분할로 아예 틀어버리고 있다.

‘물적분할 재상장’을 옹호하자는게 아니라(이 얘기만 나오면 조건반사처럼 험한 말을 쏟아놓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법이 용인하는 범위에서 회사들의 판단 근거를 들여다 보는 데 초점을 맞추면, LG화학은 ‘물적분할 재상장’에 따른 비판에 ‘비교적’ 적극적인 대응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사태’라는 이름으로 ‘물적분할 재상장’의 대명사가 된 점이 오히려 아이러니할 정도다. 프리IPO도 없었고, 구주매출 비중도 비교적 낮았고, 상장후에도 지분율을 80%이상 유지했다. SKIET의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LG화학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과 실적이 연동되는 배터리 소재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 결정을 공시한 2020년 9월17일, LG화학의 주가는 이날 종가기준 70만1000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2022년 1월27일, LG화학의 주가는 61만원까지 떨어졌다. 5일 종가기준 주가는 68만6000원으로 분할 결정 당시 수준까진 아니지만 어느정도 회복됐다.

회사가 투자를 받는 건 돈을 쓰기 위함이고 돈을 쓸 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2차산업이 현재 투자 적기(適期)라는 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고객사인 전기차 제조기업에서 배터리를 달라고 난리다.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아예 배터리 원료까지 찾아나서기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같은 배터리 셀을 제조 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곧 생산능력 증대이며 이는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과 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월 상장을 통해 10조원 가량의 투자금을 회사안으로 유치해 시설투자 여력을 만들었다. SK온은 최근 프리IPO 딜에서 최대 1조3200억원의 투자금을 모으겠다고 SK이노베이션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마저도 확정금액은 6953억원이며 12월초에도 클로징이 되지 않았다.

현지시간 12월5일 미국 켄터키주에서 '블루오벌(BlueOval)SK' 배터리 생산공장의 착공식이 열렸다. 블루오벌은 SK온 측(100%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과 미국 완성차회사 포드(Ford Motor Company)의 50대50 합작법인이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블루오벌SK에 대해 2027년까지 5조원대의 투자가 계획돼 있다. 포드 측과 합하면, 블루오벌SK의 전체 투자규모는 10조원대에 달한다.

지난달말(11월29일) SK온의 100%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는 미국법인 블루오벌SK에 5000억원을 증자했다. SK온의 프리IPO 관련 공시가 나온 건 블루오벌SK의 증자 납입 다음날(11월30일)이었다. 블루오벌SK는 50대50 합작법인이므로, 포드로부터도 당연히 같은 금액인 5000억원의 증자를 받았을 것이다. 

‘운(運)’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고, ‘명(命)’을 만드는 건 선택이다. 아직 2차전지 산업 전체의 ‘명운(命運)’이 다한 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엇갈린 ‘운’과 ‘명’에서, 앞으로 두 기업 앞에 어떤 '운명(運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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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척살 2023-02-22 05:38:48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 결정을 공시한 2020년 9월17일, LG화학의 주가는 이날 종가기준 70만1000원이었다. 이건 잘못된 호도하는 기사 입니다. 백만원이 넘었으며 외국계 리포트가 나오고 폭락했습니다. 제가 수억 깨져 기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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