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IT용 8세대 OLED 투자
딜레마에 빠진 IT용 8세대 OLED 투자
  • 이기종 기자
  • 승인 2023.04.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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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제품용 OLED 수요 대응하려면 8세대 라인 필요
'큰손' 애플의 수요·가격, 패널 업체 수익성 불분명
日증착기 업체 캐논토키의 높은 가격 요구도 부담
애플 맥북프로 <자료=애플>

IT용 8세대 OLED 투자가 딜레마에 빠졌다. 태블릿·노트북·모니터 등 다양한 IT 제품용 OLED 패널을 양산하려면 IT용 8세대 OLED 라인이 필요하지만, 이 시장 최대 큰손 애플의 패널 수요와 가격, 그리고 시장 잠재력 등은 아직 불분명하다.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패널 업체로선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 재무상황에 따라 IT용 8세대 OLED 투자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3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IT 제품용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패널 업체 입장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패널을 어느 정도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지 가늠이 돼야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데, 아직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애플의 IT 제품 OLED 패널 수요와 가격 등이다. IT용 8세대 OLED 라인에서 만들 패널 물량과 가격 등에 대해 애플은 아직 구체 전망치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내년에 출시할 OLED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시장반응을 본 뒤 향후 맥북의 OLED 적용폭 등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아이패드와 맥북 프로 라인업 중심으로 OLED 적용을 늘리겠지만, 내년 OLED 아이패드 프로 반응에 따라 계획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그리고 중국 BOE 등이 IT용 8세대 OLED의 유리원판 크기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8.5세대(2200x2500mm)가 아니라 8.7세대(2290x2620mm)로 잠정 결정한 것도 패널 생산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는데, 애플이 요구하는 IT 제품용 OLED 화면 크기에 따라 이 수치는 바뀔 수 있다.

현재 내년 출시를 목표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기존 6세대 라인에서 개발 중인 아이패드 OLED 가격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당장 11인치 아이패드 OLED는 270달러, 13인치 아이패드 OLED 가격은 350달러 선에서 가격 논의를 시작하지만 개발이 진행될수록 패널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300달러 수준 OLED를 적용하면 완제품 가격이 2500달러를 웃돌아야 한다"며 "현재 2500달러 이상 제품 시장 규모는 연 1000만대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 제품 중에서 2000달러 이상 제품 판매량은 연 600만대 수준"이라며 "델과 휴렛팩커드(HP), 레노버가 모두 더해서 500만대를 판매하면 전체 시장은 1000만~1100만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0인치를 웃도는 IT 제품 화면이 6인치 내외인 스마트폰 화면보다 크기 때문에 IT용 OLED 시장이 개화하면 패널 업체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 바 있지만, 전체 물량이 아직 작다. 연간 아이폰 OLED 출하량은 2억대다.

가격과 함께 애플 IT 제품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 역시 고려사항이다. 충성도가 검증된 아이폰과 달리 맥북과 아이맥은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면 소비자가 다른 회사 제품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의 적극적인 OLED 채용 확대를 자신하기도 어렵다.

증착기 업체인 일본 캐논토키가 바라는 장비 가격은 너무 높다. 캐논토키가 요구하는 증착기 가격은 8세대 유리원판 월 1만5000(15K)장 투입 기준으로 1조원 중후반대다. 증착기를 포함해 여러 전후공정 장비 발주까지 고려하면 월 15K 라인 구축에 필요한 투자금은 4조원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월 15K 라인에 4조원을 투자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토키 사이 IT용 8세대 OLED 증착기 가격협상은 교착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얼마 전 삼성전자에 빌려준 20조원과 비슷한 수준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큰 사업에 선뜻 투자하긴 어렵다. 

지난해 2조원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한 LG디스플레이에는 더욱 어려운 결정이다. 올 1분기도 1조원 수준 영업손실이 유력한 상황에서 IT용 8세대 OLED에 수조원을 투자한 뒤 손실을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달 LG전자에서 1조원을 장기 차입한다고 밝힌 것은 운영자금 확보 차원이고, 5월 안에 2조원 규모 투자금을 추가 확보하면 LG디스플레이는 장비를 발주할 가능성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선익시스템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LG디스플레이는 월 15K 기준 IT용 8세대 OLED 투자규모를 2조원 중반대로 낮추고, 패널 가격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2조원 규모 추가 투자금에도 높은 이자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애플은 IT용 8세대 OLED 투자에 LG디스플레이는 물론 삼성디스플레이도 적극 뛰어들길 바라고 있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아이폰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캐논토키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BOE 모두로부터 증착기를 수주해야 이 부문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서로의 결정이 맞물려 있다.

그럼에도 IT용 8세대 OLED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향후 20인치대 모니터를 비롯한 다양한 IT 제품에 OLED로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면 8세대 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6세대나 5.5세대 라인은 생산성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향후 태블릿과 노트북, 모니터 등 다양한 IT 제품용 OLED를 양산하려면 기존 6세대 OLED 라인이나 대형 OLED가 아니라 IT용 8세대 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미 수개월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장비 협력사 사이에선 2023년 3월이나 4월, 5월께 전공정 장비 발주가 나올 것이란 추정이 확산한 바 있다. 올 1분기 말이나 2분기에 전공정 장비 발주가 나올 것이란 기대는 일종의 역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상반기에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IT용 8세대 OLED 라인을 양산 가동할 것이란 업계 추정에 기초하면, 올 2분기 정도에 장비를 발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납기가 가장 긴(최장납기) 장비인 증착기 개발에 1년여가 필요하고, 장비 반입 후 공정조건을 잡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2025년 상반기에 양산 가동하려면 2분기 안에는 증착기 발주가 나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IT용 8세대 OLED 장비 발주가 임박했다는 추정은 이러한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전히 2분기 안에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IT용 8세대 OLED용 장비를 발주할 수 있지만, 애플의 물량과 가격 등 IT용 8세대 OLED 투자에 필요한 관련 전망치가 어느 정도 구체화한 뒤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IT 제품용 8세대 OLED는 8세대 유리원판을 사용하고 OLED 화소를 같은 층에 인접 증착하는 적(R)녹(G)청(B) 방식 OLED 패널을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 스마트폰 OLED에 적용 중인 6세대 RGB 방식 OLED와 비슷하지만, 유리원판 크기가 6세대에서 8세대로 커지기 때문에 증착기와, OLED 화소 증착에 필요한 파인메탈마스크(FMM) 등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증착기 시장은 일본 캐논토키, FMM 시장은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이 주력 업체다.

현재 TV용 OLED에 사용하는 8세대 OLED 기술은 흰색 빛이 컬러필터를 통과하는 화이트(W)-OLED(LG디스플레이), 그리고 청색 빛이 퀀텀닷(QD) 색변환층을 통과하는 QD-OLED(삼성디스플레이) 등으로, FMM을 사용하지 않는다. RGB 방식은 OLED에서 빛과 색을 모두 내기 때문에 FMM이 필요하지만, 기존 대형 OLED 기술은 OLED에서 빛을 낸 뒤 컬러필터(W-OLED)나 QD 색변환층(QD-OLED)을 통해 색을 구현하기 때문에 FMM이 필요없고, 발광층 증착에 오픈메탈마스크(OMM)만 사용한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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