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까지 글로벌 4대 장비사 모두 둥지 튼 한국…반도체 거점으로 우뚝
ASML까지 글로벌 4대 장비사 모두 둥지 튼 한국…반도체 거점으로 우뚝
  • 강승태 기자
  • 승인 2022.11.15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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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장비 4사 모두 국내에 거점 마련
AMAT 경기도 남부에 R&D 센터 설립 계획 발표
TEL, R&D센터 확대... 램리서치 R&D 시설인 KTC 개관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반도체 장비 빅4 기업들의 최근 국내 투자 현황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네덜란드 ASML이 국내에 재제조센터 등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장비 빅4 기업(AMAT, ASML, 램리서치, TEL)이 모두 한국에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을 대신해 한국이 반도체 생산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모두 국내에 주요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 반도체 기업 사라져도 장비기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네덜란드 ASML, 미국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반도체 장비 빅4 기업 점유율은 지난해 약 70%에 육박한다. 2010년 대 초반만 해도 상위 4개 업체 점유율은 40% 수준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이들 점유율은 30%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특히 램리서치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세계 시장 점유율이 2배 이상 급증했다. 

글로벌 반도체 빅4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 꾸준한 연구개발(R&D)이다. 이들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약 8조원. 이 가운데 램리서치 지난해 투자액은 3조1000억원이다. 나머지 업체 투자 규모도 각각 1조~2조원에 이른다. 이들은 반도체 미세화에 따른 제품 개발과 공급에 집중하면서 전문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한 때 이름을 날렸던 반도체 기업 중 상당히 많은 기업이 사라졌다. 대만, 일본 업체의 반도체 증설 경쟁으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고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엘피다 등은 파산했다. 일부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다른 기업에 흡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 빅4 기업은 굳건하다. AMAT, ASML, 램리서치, TEL은 반도체 주요 공정에서 고객을 확대하면서 시장 점유율 격차를 키우고 있다.

◆ 경기 침체에도 장비 '빅4' 3분기 실적은 개선 

반도체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빅4 기업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ASML은 2022년 3분기(7~9월) 매출액 57억7800만유로(약 8조1000억원), 영업이익 19억3900만유로(약 2조720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기대비 6.4%, 전년동기대비 10.2% 올랐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17.3%, 전년동기대비 1.0% 늘었다. 모두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피터 베닝크 CEO는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인플레이션, 소비자 신뢰지수, 경기 침체 리스크 등 글로벌 차원의 거시경제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도 “ASML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램리서치 2023회계연도 1분기(올해 7~9월) 매출은 50억7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10.42달러로 역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9%, 전년 동기 대비 18% 상승했으며 매출총이익률은 46%로 전분기 45.2% 대비 증가했다.

TEL 역시 마찬가지다. 2023년도 회계연도 2분기까지(4~9월) 누적 매출은 1.18조엔, 영업이익은 3501억엔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9%,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5% 증가했다.  

◆ 국내에 R&D 거점 마련하는 글로벌 기업들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반도체 장비 빅4 기업이 최근 잇따라 한국 투자를 확대하고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ASML의 화성 신규 캠퍼스 구축 외에도 AMAT는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와 MOU를 체결하고 경기도 일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AMAT가 국내에 R&D 센터를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수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한국에서 연구 인력을 대규로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중 2012년 국내(경기도 화성)에 가장 먼저 R&D센터를 설립한 TEL은 올해 20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R&D 시설을 증축하기로 했다. 내년 10월까지 지상 6층, 연면적 1만 평 규모의 첨단 R&D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램리서치는 지난 4월 경기도 용인 지곡산업단지에서 R&D 시설인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KTC)를 개소했다. 팀 아처 램리서치 CEO는 KTC 개소식 당시 “회사에서 가장 발전된 기술이 KTC에 있기에 근거리 협업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 국내 R&D 확대 이유? 삼성·SK도 있지만...

반도체 장비 빅4가 한국 시장에 R&D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고객사가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ASML은 한국 시장 매출 비중이 30%에 이르며 램리서치는 약 25%, AMAT 역시 22% 수준이다. 한국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이들이 주요 거점을 한국에 마련하면 고객사 요구에 즉각 대응해 제 시간에 맞춤형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 동시에 차세대 반도체 선도 기업들과 개발 단계부터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제재 역시 한국 투자를 확대하는 요인 중 하나다. 반도체 패권 경쟁 여파로 미국 등 서구권 장비업체들은 더 이상 중국 반도체 기업과 손잡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미국 핵심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최근 YMTC(양츠메모리) 등 중국에 상주 중인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중국 대형 고객사와 거래 중단으로 매출 하락이 예고된 장비 업체에게 중국과 가까운 한국 시장은 장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 한국 반도체업계도 고용효과 및 산업 생태계 발전 기대 

국내 반도체 입장에서도 이 같은 협력 관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선 국가적으로는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AMAT는 올해만 추가적으로 300명 이상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ASML은 10년 동안 1400명 채용하겠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장비업체 역시 국내 투자 확대와 함께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국내 투자 확대를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국내 중소·중견 기업과의 협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ASML은 재제조센터 건립을 계기로 국내 부품 파트소싱 비중을 10%에서 50% 늘린다고 밝혔다. 

TEL의 경우 이미 국내 기업인 하나머티리얼즈 2대 주주다. 하나머티리얼즈는 TEL에 실리콘 포커스링, 실리콘 쿼츠 등 각종 부품 소재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판교에 부품 수급을 관리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장비업체 거점이 국내에 있다는 것은 단순한 매출 증대 효과 이외에도 기술 이전, 고용 확대, 중소기업과 협력 강화 등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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