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전에 협력사 피해 눈덩이…"SK이노 하반기 장비 발주 제로"

소송 장기화로 일감 크게 줄어

2020-12-09     이수환 기자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EV)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전이 후방 산업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 협력사 대상으로 하반기 배터리 장비 발주를 거의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시설투자 시점을 최대한 늦췄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쌓인 수주잔고로 버티고 있으나 일부 업체는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다른 배터리 업체 수주 활동을 진행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시설투자 시점이 미뤄지면서 일감이 떨어진 일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발주가 진행되겠지만 적어도 미국 조지아 공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10월 전후로 장비 발주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 최종 판결이 연기되면서 11월, 12월로 발주 시점이 밀렸다. 해를 넘겨야 제대로 된 발주가 나올 전망이다.

ITC 최종 판결에서 예비판정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장비뿐 아니라 소재 업체로 파장이 번진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으로 배터리 셀·모듈·팩과 관련된 소재를 넘길 수 없다. 조지아 공장 가동도 불가능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양사 합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합의금이 관건이고 1조원 정도가 SK이노베이션이 지출할 수 있는 한계치"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물밑 접촉 창구가 열려 있는 만큼 막판 최종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전체 시설투자는 3조7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배터리 사업은 1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헝가리 코마롬 공장 시설투자에만 국내 협력사에 약 3400억원 정도의 발주를 진행했다.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 공장 등을 더하면 협력사들은 7000~8000억원 내외의 낙수효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