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전자, HDI 생산종료

삼성전기·LG이노텍 이어 휴대폰 기판 주도 '빅3' 모두 철수 수익성 저하 탓

2020-06-02     이기종 기자
HDI(High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대덕전자가 스마트폰 주기판(HDI) 생산을 종료했다. 대덕전자의 HDI 사업 철수로 20여년간 국내 휴대폰 주기판 시장을 이끌었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 등 '빅3'가 모두 퇴진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는 지난 4월 HDI 생산을 종료했다. HDI는 스마트폰 등 휴대폰 주기판으로 사용하는 PCB를 말한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휴대폰과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면서 HDI 수요도 커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HDI 시장은 레드오션이 됐다.

대덕전자는 이미 지난 2015년 그룹 계열사인 대덕GDS에 HDI 생산설비를 매각하면서 해당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당시 대덕전자는 반도체 기판 등 고부가 품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덕전자는 2018년 대덕GDS와 통합한 뒤 HDI를 소량씩 만들었지만 올해 생산을 완전 종료했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전기나 LG이노텍보다 고정비 부담이 작은 대덕전자의 HDI 사업 철수는 HDI 사업의 저조한 수익성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덕전자의 HDI 매출도 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회사 매출 1조723억원의 6.5%에 그친다.

다른 관계자는 "HDI 사업 수익성은 낮지만 고객사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여서 대덕전자가 HDI 사업에서 쉽게 철수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덕전자가 지금도 여전히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의식해야 했기 때문에 사업 철수 시기가 늦어졌을 것이란 추정이다.

대덕전자

대덕전자의 HDI 사업 철수로 국내 HDI 시장은 코리아써키트, 디에이피, 이수페타시스 세 업체로 재편됐다. 코리아써키트와 디에이피는 지난해 삼성전기의 중국 쿤산 HDI 사업장 영업중단으로 갤럭시S20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기판 물량이 늘었다. 대덕전자의 HDI 생산 종료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을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 PCB 업체는 HDI 물량이 빠지고(줄어들고) 중국 기업에 가격 경쟁력이 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중국 생산자개발생산(ODM) 스마트폰 제작을 늘릴 계획이어서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HDI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HDI 수요가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나머지 PCB 업체 HDI 가동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내 HDI 사업을 모두 해외로 돌리긴 어렵기 때문에 남은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HDI 시장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가 20여년간 이끌어왔다. 삼성전기와 대덕전자는 삼성 휴대폰, LG이노텍은 LG 휴대폰의 주기판을 생산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지난해 HDI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현재 대덕전자 주력 품목은 반도체 기판과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통신 기판 등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723억원, 영업이익은 464억원이다. 대덕전자는 지난 4월 지주회사 대덕과 사업회사 대덕전자로 인적 분할했다. 지난달 21일 재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