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vs. 에코프로…배터리 핵심소재 '전구체' 확보 경쟁

中파트너 화유코발트·GEM이 수조원 투자

2020-05-27     이수환 기자
배터리

중국 주요 소재 업체들이 전기차(EV) 배터리 프리커서(전구체) 증설에 나섰다. 전구체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을 위한 원료 가운데 하나다. 국내 양극재 업체 물량을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코발트 업체인 화유코발트는 62억5000만위안(약 1조1000억원)을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과 전구체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연산 10만톤의 니켈, 전구체 생산 라인을 마련한다. 이 가운데 전구체는 NCM8×(니켈 비중 80% 이상)이 연산 2만5000톤, NCM9×(니켈 비중 90% 이상)와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는 각각 연산 1만2500톤이다.

화유코발트는 지난 2년 동안 LG화학, 포스코, 포스코케미칼과 잇따라 합작사를 설립했다. 코발트, 전구체, 양극재 생산이 목적이다. 특히 포스코·포스코케미칼과는 전구체와 양극재 합작사를 따로 만들었다. LG화학과는 코발트 관련 합작사만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1월 LG화학과 3년간 1조8533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화유코발트-포스코·포스코케미칼-LG화학'으로 이어지는 핵심소재 루트가 구성됐다.

다른 중국 업체인 GEM도 최근 24억2500만위안(약 4200억원)을 들여 3년 동안 전구체를 연산 3만톤 규모로 생산하기로 했다. GEM은 중국 최대의 전구체 기업이다. 국내 중견 기업인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과 만든 합작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엔 에코프로GEM, 중국엔 푸젠성 푸안시에 전구체 합작사를 따로 설립한다. 중국 현지 합작사는 연산 2022년 2만4000톤, 2024년까지 4만8000톤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과 2조7406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같은 달 삼성SDI와 양극재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까지 합작사에 각각 720억원과 480억원을 투자한다. 전구체 공급망은 'GEM-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이엠-SK이노베이션·삼성SDI'로 연결된다.

중국 주요 소재 업체들의 공격적 투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증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양극재와 같은 핵심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대형 계약을 체결했고, 양극재 업체들은 원료인 전구체를 그만큼 확보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전구체는 황산코발트, 수산화리튬 등과 1:1 비율로 섞어 소성(열로 서로 다른 물질을 섞는 작업)할 때 사용한다.

특히 국내에서 대규모로 양극재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포스코·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이엠이 유일하다. 한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이 포스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양극재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구체에 대한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셀 기업의 경쟁 구도에 따라 양극재 업체들도 상대방 고객사에게 제품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