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배터리 장비 업계 유럽 진출 잰걸음

리드차이나, 잉허커지 배터리·장비 업체와 협업

2020-01-20     이수환 기자

중국 배터리 장비 업계가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ATL, S볼트, 파라시스 등 자국 배터리 업체 지원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전기차(EV) 배터리 산업 육성에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유럽연합(EU)을 적극적으로 파고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중국 배터리 장비 업체 잉허커지(赢合科技)는 독일 만츠(MANZ)와 포괄적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연구·개발(R&D)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발된 기술과 지적재산권(IP)은 양사가 모두 소유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만츠는 유럽 배터리 장비 업계의 대표주자다. BMW, 벤츠, 폭스바겐 등이 내놓은 초기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 장비를 공급한 바 있다. 그러나 양산 경험이 부족해 국내와 중국 배터리 장비 업계에게 자리를 내줬다. 중국 전기 설비 업체인 상하이일렉트릭(上海电气)이 만츠 대주주(지분 19.67%)로 있다. 상하이일렉트릭은 잉허커지의 대주주(지분 9.73%)이기도 하다. 이번 협력이 사실상 중국 장비 업체의 유럽 진출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노스볼트와 같은 유럽 배터리 업체는 이미 중국 배터리 장비 업체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중국 업체인 리드차이나가 CATL에 장비를 공급한 전력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에도 장비를 공급한 바 있어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국 배터리 장비 업체들이 유럽 공략에 나서면서 엠플러스, 피엔티, 씨아이에스, 피앤이솔루션, 에스에프에이 등 우리 배터리 장비 업체들과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믹싱부터 물류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턴키'로 만들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믹싱, 전극, 조립, 후공정 등 단계마다 특화된 업체가 있다. 개별 대응이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워낙 양산 경험이 탁월해 현지에서 환영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수주 활동에서 중국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