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만도, 차량모터 개발 '맞손'

美특허 등 LG이노텍 단독소유→만도와 공동보유 변경 2015~2016년 출원 특허에 대해 올 상반기 권리 공유 "만도가 뒤늦게 LG이노텍 측에 특허 공유 요청" 관측

2022-06-29     이기종 기자
LG이노텍과

LG이노텍과 만도가 차량 모터 개발을 위해 맞손을 잡았다. LG이노텍이 단독 출원(신청)해 보유해온 특허에 대해 만도가 공동권리자로 이름을 올리는 방식으로 양사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 개화를 앞두고 향후 두 업체의 협력 확대가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이 단독 보유해온 차량 모터 특허 일부에 대해 올 상반기 만도가 공동소유권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은 지난 1월 미국 특허 4건, 지난 4월 한국 특허 6건 권리를 공유했다. 이들 특허는 서로 패밀리 특허로 묶여 있다. 국가별로 각각 출원 또는 등록됐지만 같은 기술을 패밀리 특허라고 부른다. 이들 특허는 중국 등에도 출원된 상태여서 양측이 공유하는 특허는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과 만도가 권리를 나눠가진 특허는 '실링 커버 및 이를 포함하는 액추에이터', '모터 및 이를 포함하는 브레이크 장치', '모터용 라우터 및 이를 포함하는 액추에이터', '액추에이터', '동력 전달 장치' 등 차량 모터 기술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발명이다.

양측의 특허 공유로 LG이노텍과 만도의 기술 개발 협력이 드러났다. 관련 기술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도 탑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양사 협력 확대가 예상된다. LG이노텍과 만도는 앞으로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각각 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 다만 경쟁사가 해당 특허를 무단 사용할 경우 LG이노텍이나 만도가 침해소송을 단독 제기할 수 있는지는 계약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눈여겨 볼 점은 특허 출원 시기와 공유 시점이다. LG이노텍이 이들 특허를 출원한 시기는 지난 2015~2016년이다. 특허가 출원 1년 6개월 뒤에 공개되기 때문에 만도가 관련 특허 존재를 알아챌 수 있는 시기는 2017~2018년이다. 특허가 공개되고도 4년 이상 지난 2022년에 와서 양측이 권리를 공유했다.

특허업계에선 만도가 LG이노텍에 개발을 의뢰한 기술에 대해 LG이노텍이 특허를 단독으로 출원한 것을 뒤늦게 알고, 권리 공유를 요청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동시에 만도가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관련 특허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해 권리 공유를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LG이노텍의 고객사인 만도 입장에선 관련 특허에 자사 아이디어가 포함됐으니 권리 공유를 주장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례처럼 업체간 특허 공유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전장화 확대로 산업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특허분쟁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 특허 공유는 보험이 될 수 있다. 과거 완성차 업계는 일종의 특허 풀(pool)을 만들고, 특허 풀에 참여한 업체끼리는 서로 분쟁을 벌이지 않는 형태로 불확실성을 관리해왔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보다 제품수명과 연구개발 기간이 모두 몇 배에 이르는 자동차가 특허 침해로 판매가 금지되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전장화 확대로 완성차 업계 특허전략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