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RM 인수 공식 발표 '규제 당국 승인 넘어야 할 산'
엔비디아, ARM 인수 공식 발표 '규제 당국 승인 넘어야 할 산'
  • 이나리 기자
  • 승인 2020.09.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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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 달러 규모, 반도체 M&A 역사상 최대 금액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공식화됐다.

엔비디아는 13일(현지시간) 뉴스룸을 통해 ARM을 400억달러(약47조4320억 원) 규모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가 성사되면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다. 다만 인수가 최종 성사되기 위해서는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 ARM의 지분은 소프트뱅크가 75%, 나머지 25%는 자회사 비전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금으로 120억달러를 지불하고 215억달러는 자사 주식으로 지불키로 했다. ARM 실적이 일정 목표에 도달할 경우 50억 달러를 현금이나 주식으로 추가로 줄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ARM 직원들에게도 15억 달러 규모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지급할 예정이다. 거래에는 ARM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그룹은 포함되지 않는다.

소프트뱅크서 엔비디아 품으로 가는 ARM 

ARM은 1990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한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이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 유수의 업체가 ARM의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IP를 사용하고 이에 따른 라이선스비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 ARM IP가 내장돼 나온 칩의 누적 출하량은 1800억개로 집계된다. ARM의 2019년 기준 매출은 18억9800만 달러였다.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총 320억달러(38조원)를 주고 ARM 지분 100%를 인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버 위워크 오요 등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큰 손실을 봤다. 90억달러를 투자한 위워크의 경우 상장에 실패하면서 현재 기업 가치는 3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손실이 소프트뱅크 실적에 반영되면서 ARM이 매물로 나왔다. 이번 매각을 통해 소프트뱅크는 80억 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GPU 전문 기업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 고성능 컴퓨팅 기술에 활발히 투자를 해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RM을 인수하면 GPU에 이어 CPU 아키텍처를 품게 된다. 자체 아키텍처를 보유한 인텔과 동일한 지위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ARM 기반 CPU로 구동되는 최첨단 AI 슈퍼 컴퓨터 개발에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 

다만 ARM이 엔비디아의 품으로 들어가면 IP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ARM의 값비싼 라이선스 비용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오픈소스 기반의 리스크파이브(RISC-V) 상용 IP를 공급하는 사이파이브(SiFive)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ARM 주인이 바뀌며 어수선한 상황에 사이파이브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독과점 견제 벽 넘어야할 산  

엔비디아의 ARM의 인수가 최종적으로 성사되려면 영국, 중국, 유럽 연합, 미국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엔비디아는 최종 인수 완료까지 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ARM 코어 IP를 사용하는 주요 팹리스 업체의 반대로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최대 걸림돌이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18년 설립된 ARM의 자회사 ARM차이나는 중국 자본이 51%, 해외 자본이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ARM 영국 본사는 ARM차이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우를 해고했다. 중국 정부가 ARM차이나를 국유화하고 기술 탈취를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ARM차이나는 이에 불복하고 독자 경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ARM이 미국 엔비디아에 넘어가는 것을 중국 정부가 허락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의 반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 인수를 추진했었고, 이 때 중국 정부는 승인을 내 주지 않았다. 결국 퀄컴은 NXP 인수 승인 기한을 갱신하지 않고 포기함으로써 NXP 측에게 20억 달러의 계약 중도해지금을 지급했다. 같은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비슷한 이유로 인수가 불발된 사례가 많다. 2016년에는 반도체 장비기업 램리서치의 KLA텐코 인수가 무산됐다. 미국 법무부가 독점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로 승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장비 시장 3위, KLA텐코는 테스트장비 분야에서 5위 업체였다. 2017년에도 미국 법무부는 같은 이유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의 합병을 반대했다.

성사된다면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딜

엔비디아의 400억 달러 ARM 인수는 반도체 업계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인수 금액 순으로 살펴보면 ▲2015년 5월 아바고는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43조8200억 원)에 인수 ▲2016년 소프트뱅크가 ARM을 320억 달러(37조9000억 원)에 인수 ▲2020년 7월 아나로그디바이스(ADI)는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209억 달러(24조7500억 원)에 인수 ▲2015년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22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

IT 전체 업계의 최대 인수금액은 2015년 델이 EMC를 600억 달러(71조640억 달러) 인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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