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8일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반도체 경기는 수요둔화로 회복시기가 예상보다 다소 지연되겠으나 중장기 전망은 양호하다"고 적었다.
한은은 "D램 수급 상황이 2분기 중 초과수요(공급부족)로 전환될 것으로 봤으나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에 따라 (초과수요 시기가) 3분기로 이연될 것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초과수요 시기에는 어김없이 메모리 값이 크게 뛰어오른다.
이연의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최대 메모리 수요처인 스마트폰은 출하가 부진하다. 밖에 나갈 수 없으니 판매가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2억9490만대로 집계됐다. 올해 연간으로도 10%대의 출하량 하락이 불가피하다. 20%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와 있다.
한은은 그러나 주요국 봉쇄 조치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확산, 디지털 가속화 등으로 서버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글로벌 서버 경기에 대한 선행성을 갖는 서버용 D램 설계업체(Aspeed, 대만) 실적 호조도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든 대신 서버 판매가 상승하면서 메모리 수요 하락 여파가 어느 정도는 상쇄됐다는 의미다.
중장기 전망을 양호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메모리 공급 증가량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큰 폭의 투자조정이 이뤄진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적었다. 메모리 가격 하락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재작년과 작년 시설투자를 줄였다. 올해도 메모리 분야에선 공급량에 영향을 주는 시설투자를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라고 공식 밝힌 바 있다.
한은은 가트너 자료를 인용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세는 둔화(전년 대비 18.1% 증가)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내년 연간으로는 26% 증가하고 2023년까지 20%를 상회하는 높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