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1억원 디스플레이 국책사업 책임자 김용석 교수 인터뷰 전문
5281억원 디스플레이 국책사업 책임자 김용석 교수 인터뷰 전문
  • 이종준 기자
  • 승인 2020.02.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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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기술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
김용석 홍익대 교수
김용석 홍익대 교수

김용석 홍익대 신소재학과 교수를 만났다. 총사업비 5281억원 디스플레이 예타사업(디스플레이 분야 혁신 공정 플랫폼 구축사업)에서 디스플레이 혁신 사업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총괄 과제 책임자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 예타사업은 지난해 시작됐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학회인 SID에서 회장을 맡았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국내 액정디스플레이(LCD) 생산라인 일부의 가동을 멈췄다.

이미 10년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우리나라 업체는 2000년대말부터 LCD에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다. 2010년에 접어 들며 “LCD에 투자해서는 앞으로 은행금리도 건지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당시에 나왔었다. 중국업체들이 투자를 급속도로 늘리면서 그런것들이 촉발됐다고 생각한다. 

과거 여러 연구성과를 냈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산업의 몰락도 지켜봤는데..

PDP가 문을 닫았을 당시 느꼈던 절망감이 상당했다. 지금 LCD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더 할 것 같다. 그때만해도 평판디스플레이에서 다른 쪽으로 갈수 있는 문이 좀 있었는데 지금 LCD에서 나온 분들은 정말 힘든 세월을 보내겠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국내 업체가 우위인 유기발광디스플레이(OLED)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중국은 계획 경제이기 때문에 어떤 산업을 확보하겠다 결정하면 수익성하고 상관없이 자본, 자원과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그 산업의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는게 여태까지의 전략이었다. 그런 것들이 성공을 거둔 대표 예가 철강, 조선, LED, 태양광, 풍력, 디스플레이 등이다. 모두 장치산업이다.

장치산업이라고 하는건 장치가 규격화 돼 있고 돈과 인력을 투자해 장치만 가져오면, 제품을 만들어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산업이다. LCD도 마찬가지다. LCD에 들어가는 장비는 거의  다 규격화돼있다. 스퍼터 장비는 어느 회사, 화학증착장비(CVD)는 어느회사 등등. 레시피(운용법)를 장비 회사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하면 패널 업체들은 돈만 있으면 됐다.

OLED는 LCD와 많이 다른가

OLED는 스토리가 다르다. OLED 장비는 규격화 돼 있지 않다. 모든 것들이 비규격화(커스터마이즈) 돼 있다. LCD는 장비업체가 수평적으로 있고 패널업체가 선택하는 형태라면 OLED는 패널업체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연결돼 있다. 

중국이 쉽게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할수 없는 기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LCD는 규모 싸움이었고 OLED는 기술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돈을 써도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돈의 싸움이 아닌 기술 싸움으로 시장을 이끌어 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디스플레이 분야 대규모 연구 지원 과제에서 총괄 단장(디스플레이 혁신사업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데 어떤 역할인지

퍼실리테이터(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나 일을 할때 각자 자기 맡은 일에만 열중하다보면 큰 그림을 못보는 경우가 많다. 각자 연구를 맡은 연구자들이 전체 연구과제 목표가 무엇이고 결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잘 사는 길이 무엇인지 등 어떻게 하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재확인(리마인드) 시켜주고 그쪽 방향으로 모든 과제의 방향을 재설정(리다이렉션)하는 걸 돕는다.

이 과제가 숙명처럼 느껴진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꼭 성공시켜야 한다. 사업을 통해 임팩트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패널 업체 뿐만아니라 장비, 재료업체들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제품과 기술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올해 패키지형 과제 2개를 만들었다. 프린터블 OLED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다. 최종 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기술을 골라 하나로 그룹화해 최종 제품으로 통합(인테그레이션) 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모든 과제들을 그런식으로 패키지로 묶을 수 있는건 아니다. 자유도를 주는게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몇개 과제는 독립된 과제로 남겼다

앞으로 나올 3차년도 과제의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생각은 있지만 실제로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건 어렵다. 과제 기획은 디스플레이 담당 PD가 하는 거고 내 역할은 사업의 목표에 맞게 기획이 유기적(코히어런트)으로 이뤄지도록 조언 하는 거다. 2차년도 기획에 들어가기 전에 디스플레이 업종에 있는 핵심 인물 100명을 만났다. 열심히 듣고 항상 귀를 열어 놓고 겸허한 자세를 가지려 하고 있다.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매일 스스로 다짐한다.

디스플레이 혁신 플랫폼 구축 사업의 목표가 2025년까지 △시장 점유율 70% 이상 달성 △생산 5년·기술 3년 이상 격차 확보 △ 생산원가 50% 이상 절감이다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반도체는 집적도가 기술격차지만 OLED에서의 기술격차는 디자인(폼팩터)이다. 지금 사용되는 건 밴디드(bended) OLED인데 폴더블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롤러블이 나올 거고 그 다음에는 스트레처블이 나올 거다.

기술 격차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하다보면 기술 격차가 유지되고 저쪽에서도 엄청난 자원을 쓸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보면 항상 앞서 나간 곳이 90%이상의 수익을 가져간다. 그런 것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아마 따라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SID회장하면서 많은 CEO를 만나서 들었던 질문이 와츠 넥스트(What’s next?)였다. OLED 다음이 무엇이냐. 디스플레이 산업은 굉장히 큰 산업이다. 주력 메이저 산업이기 때문에 트랜드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보통의 경우 하나의 디스플레이가 최종 제품(파이널 프로덕트)까지 가는데 30년이 걸린다고 보면된다. OLED가 실험실에서 개발돼 상용화까지 오는데 30년이 걸렸다. LCD와 PDP는 50년씩 걸렸다. 한 30년 보면 이게 양산이 되겠다라는 걸 볼수 있다.

앞으로 10년 뒤 디스플레이는 지금 연구 개발된 것중에 20년된 것을 보면 가늠이 된다. 마이크로LED는 이제 10년됐다. 최근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진 점을 감안해도 대략 10년 뒤에야 메이저 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분간 OLED와 LCD가 유지될 것이고 앞으로 5년, 10년이 지나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마이크로LED, 볼류메트릭(Volumetric) 디스플레이가 기존 디스플레이를 대체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학회인 SID에서 확인되는 트랜드 변화는?

SID 발표 논문수가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증가하다 2008년에 정점을 찍었다. 그때까지가 평판디스플레이의 개발기라고 보면 된다. LCD, PDP, OLED, FED 등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디스플레이가 개발되면서 경쟁하다가 LCD가 전체적으로 평판 디스플레이 세계를 평정하면서 다른 평판디스플레이들이 사양화됐다.

2012년쯤에 도달하면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연구 활동이 증가하는게 보이는데 이때가 플레시블 OLED AR·VR, 마이크로LED,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퀀텀닷 등 LCD 시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나온 단계라고 보면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SID회장을 맡았다. 개인 성과이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다. 국제 디스플레이 커뮤니티도 한국의 목소리(보이스)가 반영된 방향을 정립하고 싶었고 그런 관점에서 한국 사람을 회장으로 앉히고 싶어했다. SID 회장의 트랙으로 들어간게 2008년부터다. 그때부터 2년씩 해서 각 단계를 거치며 회장을 맡게 됐다. 디스플레이 산업 리더인 한국의 보이스가 반영된 학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게 회장을 하게된 원인이 된 것 같다.

현재 디스플레이 외에 관심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가

인공지능(AI)이다. AI가 디스플레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어떤 면에서는 기대되고 어떤 면에서는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화질 검사 관련 AI기술이 디스플레이 지평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기대된다. 중국에 가서 보면 AI와 디스플레이 검사를 접합시키기 위한 노력이 굉장히 많다

국내 디스플레이 학회 행사인 IMID에서도 올해 처음 AI를 주제로 한 특별세션을 열기로 했다. 국내 패널업체 가운데 1곳이 주도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디스플레이 화질 검사에는 인력들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사람이 직접 수동으로 하고 있는 부분을 전부다 AI로 하게 되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일자리가 감소하하는 만큼 만큼 시장이 커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우려된다. 우리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 사업에도 1개 과제가 들어가 있다.(AI기반 500PPI 이상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패널 불량 및 얼룩 검사 기술 개발 과제)

대규모 시장과 자본을 가진 중국을 경쟁 상대로만 바라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너무 국수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쟁관계라 하더라도 항상 문을 열어놓고 대화하고 만나야 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패널업체만 있는 게 아니고 장비업체도 있고 소재업체도 있다. 서로 비즈니스의 누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큰 시장에 적극 진출해 수익을 창출하고 디스플레이 생태계(에코 시스템 )발전에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중국의 학계하고도 교류를 정말 잘해야 한다. 교류를 잘해서 그쪽 트랜드를 잘 알아야된다. 그쪽 사람들하고 실질적으로 관계를 잘 가져야만 그쪽 전략이 이해된다. 그쪽도 우리하고 관계에서 자기들이 피해야 하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좋지 않아 디스플레이 연구에 뛰어드는 학생도 줄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줄었는지는 별개로 놓고, TV 산업이 죽으니까 디스플레이가 죽었다고 하면 옛날 사고방식이다. 이미 모바일 시대로 변했다. 2018년 데이터를 보면 모바일 시청시간이 TV의 3배라고 한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10배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시장은 모바일로 넘어왔다. 

사람들이 TV를 잘 안보기 때문에 제품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가치를 창출(벨류 크리에이션)하는 디바이스에서는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모바일에는 굉장히 밝은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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