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소재장비, 반도체 대기업 의무구매 강제해야”
“중기 소재장비, 반도체 대기업 의무구매 강제해야”
  • 한주엽 기자
  • 승인 2019.08.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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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중소 중견 기업이 반도체 장비 재료를 개발하고 이것이 일정 성능에 부합할 경우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정부가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7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공정한 평가 테스트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혁신은 위험부담, 속도, 시간을 극복할 때 만들어진다”면서 “위험부담은 국가와 대기업이 짊어지고, 중소기업은 속도와 시간을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일본이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PR),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PI) 3개 핵심 반도체 디스플레이 재료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한 데 이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자 과학기술계가 주축이 돼 긴급하게 마련한 것이다. 토론회에선 국산화, 이를 위한 테스트베드 조성, 조달기업 및 조달국가 다변화 등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이 7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다(사진 과기한림원 제공)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이 7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다(사진 과기한림원 제공)

주제발표를 맡은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재료 등을 평가받고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 필요성을 설파해 온 인물이다. 테스트베드가 설치되면 중소 중견 기업이 대기업 반도체 공정 환경과 유사한 시설에서 신물질이나 장비를 테스트하고 평가받을 수 있다. 후방 산업계에선 대기업을 통해 이 같은 평가를 받는 그 자체를 ‘진입장벽’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테스트베드 구축 논의는 기존 나노팹 실패 사례와 운영의 어려움, 비용 문제 등으로 한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일본 수출 규제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테스트베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황 회장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도 했다. 박 교수는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된 품목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해당 품목 일정량을 구입하겠다는 대정부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대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은 품목을 의무적으로 사 주기만 한다면 테스트베드는 평가 수수료를 받으면서 저절로 굴러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 메카로 사장은 국산을 사용하면 외산 대비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는(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실적이 저조했다면서 이것은 정부가 상생 협력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어떤 형태로든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면서 “대기업은 개발이 완성될 때 까지 기다려주고 실패에 대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했다.

주현상 금호석유화학 팀장은 “테스트 샘플 측정하는 인프라에 대한 시의적절한 투자가 부족했고, 반도체 대기업의 적극성 역시 부족해 (금호석유화학의) 포토레지스트 사업은 매출 저조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대기업은 국산이 없었을 때 도래할 수 있는 미래 불확실성을 대비해 국내 소재업체와 윈윈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공동개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 장비 분야를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지정 항목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기적으로 국산화 추진 정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가핵심 기술이 될 경우 중국 등으로 해당 품목을 수출할 때 일본이 한국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 건은 이 건대로 또 다른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있다.

사진 과기한림원 제공
사진 과기한림원 제공

대기업이 중기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란 여지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지선 로앤사이언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관련 문제를 소재부품 특별 조치법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자칫 WTO 보조금 관련한 규정의 위반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방 산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현덕 원익IPS 대표는 “국내 장비업계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율을 보면 글로벌 톱 회사의 10분의 1 수준도 채 안된다”면서 “기술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R&D 투자가 적다 보니 미래를 내다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설비 이원화를 위한 파트너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R&D, 도전정신이 부족한 부분을 정부나 학계에서 협업해 채워갈 때 우리나라 장비 업계가 명실상부 제 몫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솔브레인 부사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 방향 정하고 이에 맞는 기업에 재정을 지원하지 말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대기업 목소리를 듣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국산 제품은 품질이 좋아야 하고 비싸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호식 엘오티베큠 사장은 “진공펌프 시장에서 엘오티베큠은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해 3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면서 “국산화 성공해서 연매출 2000억원 규모 회사로 올 때까지 계속적으로 기술 개발하고 문을 두드리면서 버텨야만 했는데, 대부분 기업이 이것을 버텨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진천 프리시스 대표는 “장비 부품 분야에선 조달처 다변화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이 품목별로 국내 참여 기업을 정리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좋은 제품을 충분히 만들고 있는 기업이 많은데, 숨은 기업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R&D 세부계획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내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R&D 세부계획을 만들고 있다”면서 “오늘 나온 내용을 계획에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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