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이제는 희귀가스!'...EUV 광원 핵심소재로 떠오른 탄산가스
'온실가스? 이제는 희귀가스!'...EUV 광원 핵심소재로 떠오른 탄산가스
  • 강승태 기자
  • 승인 2023.01.2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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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노광공정용 광원 만들 때 필수 소재 탄산가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인 탄산 원액으로 제조
국내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탄산가스는 연간 100만톤
석유화학 시장 침체 등으로 공급난 가중되며 가격 급등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에 나서면서, EUV 장비를 구현하는 핵심 소재로 ‘탄산가스(CO2)’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ArF나 KrF 공정에서 포토 장비에 사용되는 광원을 만들기 위해선 네온가스가 활용됐다. 하지만 EUV 공정에서 광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소재는 탄산가스다. 그동안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세정용으로 쓰였던 탄산가스가 고부가가치 소재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EUV 노광장비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 EUV 광원으로 활용되는 탄산가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탄산가스가 그동안 반도체 공정에 쓰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탄산가스는 반도체 세정용이나 고순도의 경우 Arf 이머전 공정에 사용됐다. 하지만 초고순도 탄산가스가 EUV 광원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 소재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탄산가스가 EUV 광원으로 사용되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EUV 공정 전반적인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UV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UV 파장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EUV는 UV 중 파장이 짧은 광이다. UV는 10~400나노 파장의 빛을 말한다. 현재 EUV 노광장비를 독점적으로 만드는 ASML은 13.5나노 빛을 사용한다. 바로 극자외선이다. 

노광기술의 핵심은 이같은 ‘극자외선 빛을 만드는 일’이다. 극자외선은 가시광선대 보라색 바깥쪽에 있는 짧은 파장이다. 반도체 회로를 얇게 설계하려면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 빛을 이용해야 한다. 다만 극자외선 빛을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이유가 있다. 

극자외선은 공기 중 쉽게 흡수된다. 태양에서 날아온 빛 속의 극자외선은 지표면에 닿기 전에 대기 중 흡수돼 사라진다. 때문에 지구상에서 극자외선을 활용하려면 이 빛을 만든 후 공기 중 흡수되지 않도록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완전 진공상태에서 EUV 광원을 통해 레이저를 증폭시키면 이후 강력해진 레이저가 주석(Sn)에 수만 번 빛을 쪼인다. 그럼 주석이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하며 짧은 파장의 EUV 빛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탄산가스를 공급하면 증폭기를 거쳐 주석(Sn)과 결합해 일종의 플라즈마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EUV 파장을 만들어 내는 구조다.

결국 정리하면 극자외선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EUV 광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 광원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필수 소재가 바로 탄산가스다. ASML의 경우, 독일 산업용 레이저 전문기업인 트럼프(TRUMPF)가 만든 탄산가스 레이저 설비를 활용하기도 한다. 

EUV 장비 도입이 늘어날수록 반도체 업계는 EUV 광원에 직접 쓰이는 탄산가스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수급이 불안정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은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탄산가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인 탄산 원액으로 만든다. 원액을 탄산가스 업체가 가공해 대리점을 통해 산업현장에 공급한다. 탄산 원액을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탄산가스로 만들려면 수많은 정제를 통해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탄산가스는 운송비가 많이 든다. 또 국내의 경우 굵직한 석유화학 기업들이 많아 사실상 탄산가스 수입량은 거의 없다.

국내에서 탄산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태경케미컬, 선도화학, 창신화학, 덕양, SK머티리얼즈리뉴텍 등 대략 10개 정도다. 이들은 주요 화학 기업을 통해 원료를 받아 탄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의 생산량은 대략 연간 100만 톤 규모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40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2021년부터 이어진 유가 상승으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며 덩달아 원유 가공량과 탄산가스 생산량이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월별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하며 공급난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조선업 등 일부 업종의 경우 호황을 맞이하면서 탄산가스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산가스는 최근 공급난으로 2년 동안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올해도 30% 이상 오를 전망”이라며 “조선이나 반도체 등 국가 주요 산업에 탄산가스가 두루 쓰이는 만큼 정밀한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kangst@thele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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