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과 화신통, 처음부터 달랐던 협력 의도
ARM 서버 시장 하향세도 원인
중국 국산 칩의 미래로 여겨졌던 화신통반도체(华芯通半导体)가 설립 3년 만에 폐업을 선언했다.
중국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화신통반도체가 결국 문을 닫았다. 30일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완전히 폐쇄했고 모든 임직원도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화신통은 2016년 구이저우(貴州)성 정부와 미국 퀄컴이 약 3200억원(18억5000만위안)을 공동 출자해 세운 서버칩 개발사다. 지분은 구이저우성 정부 산하 투자기관이 55%, 퀄컴이 45%를 나눠 가졌다. 상호 전략적 이해관계를 맺어 인텔이 독점하고 있는 서버칩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었다.
설립 2년 뒤인 지난해 11월 1세대 제품으로 ARM 기반 서버칩 스타드래곤4800(昇龙4800) 양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화신통은 지난해부터 자체 개발한 국산 서버칩이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기대감을 높여왔다. 하지만 새로운 서버칩을 정식 출시하기도 전에 경영을 중단했다.
화신통의 성공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입을 모았다.
퀄컴과 화신통은 처음부터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화신통은 퀄컴이 가진 선진화된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퀄컴의 우수한 반도체 기술력을 흡수해 중국 자체기술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반면 퀄컴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활용하고 싶었을 뿐 핵심 기술을 오픈할 생각은 없었다.
ARM 서버 시장이 ‘저무는 해’라는 것을 알고 퀄컴이 먼저 발을 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몇 년 전만 해도 ARM은 X86을 대체할 서버로 꼽히며 CPU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ARM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도체 설계 업체 AMD와 여러 칩 제조업체들이 ARM 서버 CPU를 포기하고 다시 X86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 브로드컴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자체 개발한 ARM 서버 CPU를 보안장비 업체 Kingvee(凯威)에 팔기도 했다. 퀄컴 역시 서버칩 시장에서 발을 뺐다.
퀄컴과 화신통의 협력에 기대를 걸던 중국 반도체 업계에선 '국산칩 발전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지매체는 화웨이가 5G 모뎀칩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을 예로 들며 중국은 시작이 늦었을 뿐 충분히 국산칩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화신통과 같은 발전 전략으로는 해외 반도체 업계의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다며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 무작정 해외 기업과 협력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협력 관계를 맺기 전 충분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