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설계를 담당했던 핵심 임원이 중국 D램 회사에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삼성의 실무 직원이 중국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은 간헐적으로 들려왔으나 임원급 인사의 중국행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삼성전자는 해당 임원과 친분이 있는 실무 직원들의 중국행 우려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김 모 삼성SDI 상무는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최근 중국 D램 회사인 허페이창신(이노트론)으로 이직했다. 그는 허페이창신의 D램 설계 본부가 있는 상하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967년생인 김 상무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설계팀 수석으로 있다 2011년 메모리 개발실 담당임원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2013년 메모리 D램 개발실 담당임원, 2015년 메모리 전략마케팅팀 담당임원으로 일해왔다. 2015년 10월 30일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최첨단 D램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작년 11월 삼성SDI로 이동해 전략마케팅실 상품전략 1그룹장으로 일해왔다. 올해 초 그는 일신상의 이유를 들며 돌연 회사를 그만뒀다.
김 상무가 이직한 허페이창신은 칭화유니그룹, 푸젠진화반도체와 함께 중국 '메모리 굴기' 수행하고 있는 회사다. 주력 생산품목은 D램이다. 80억달러를 투자해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생산공장을 지었다. 이 회사 D램 기술 기반은 대만 이노테라(현 마이크론)에서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노테라 20나노 D램 기술을 일부 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를 이끄는 인물이 전 이노테라 부사장이었던 데이비드 류다.
해당 기술은 한국 삼성전자 등의 웨이퍼당 칩(Die) 개수로 비교했을 시 실제 선폭은 23나노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페이창신은 해당 기술을 19나노라고 지칭한다.
수율은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양품이 거의 없지만 최근 자체 테스트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10% 정도 수율을 냈다는 소문은 있다"면서 "중앙 정부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엉터리 테스트 기준을 접목할 정도로 급한 상황인 건 맞다"고 말했다.
허페이창신은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를 담당했던 김 상무를 통해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페이창신에는 SK하이닉스 M10(구 D램 생산라인) 제조그룹장 출신 김 모 상무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재료 업계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도 퇴직 인사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등 최근 이쪽도 중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