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업체 에이디테크놀로지와 결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에이디테크놀로지를 통해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서 낸드플래시 컨트롤러를 생산해왔다. 그러나 에이디테크놀로지가 TSMC와의 VCA(Value Chain Aggregator) 계약이 해지되면서 SK하이닉스는 신규 개발 컨트롤러부터 디자인하우스 업체를 쓰지 않고 모든 작업을 직접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모바일용 신규 낸드 컨트롤러(코드명: 보이저2)를 올 하반기부터 대량 양산할 계획이다. 이 컨트롤러는 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UFS),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등 모바일용 낸드플래시에 붙는다. 생산은 기존과 동일하게 TSMC 공장을 활용한다.
SK하이닉스 과거 칩 설계 후반부를 에이디테크놀로지에 맡겨왔다. 칩 설계 후반부란 마스크 제작 작업 등을 의미한다. TSMC에서 생산된 반도체 웨이퍼를 받아서 테스트하는 작업도 에이디테크놀로지 쪽에서 했다. 이런 작업을 모두 SK하이닉스가 직접 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설계해둔 컨트롤러 제품은 단종될 때까지 에이디테크놀로지를 활용하게 되겠지만, 신규 제품에 대한 일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보이저2 외 일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대한 컨트롤러 개발 디자인 작업도 모두 직접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생산은 역시 TSMC를 활용한다.
디자인하우스는 칩 설계 회사와 파운드리 업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팹리스가 칩 설계 코드를 짜서 디자인하우스에 보내면,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 업체 공정에 맞춰 생산에 쓰일 웨이퍼 마스크 제작과 테스트 등 설계 후반부 작업을 맡는다. 통상 디자인하우스는 한 곳의 파운드리와만 거래한다. 삼성과 거래하는 디자인하우스가 TSMC와 거래할 수 없다. 영업상, 기술상 비밀 유지 때문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TSMC의 국내 유일 협력사였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TSMC와의 VCA 계약이 해지됐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쓰는 신규 고객사를 찾지 않으면 점진적으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하고 신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