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 中 사례 배워야”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 中 사례 배워야”
  • 이예영 기자
  • 승인 2019.03.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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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비메모리 육성’ 발언 후... “실효성 있는 정책 나와야”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자료에 따르면 중국 하이실리콘과 유니SoC는 2017년 매출액 기준 전 세계 10대 팹리스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실리콘이 7위, 유니SoC(구 스프레드트럼RDA)가 10위였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자회사, 유니SoC는 칭화유니그룹 계열사다. 이 목록에 한국 기업이 이름을 올린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중국 시스템반도체 산업 규모는 이미 한국을 따돌린 지 오래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 시스템반도체 산업 규모는 금액 기준 전 세계 시장에서 10% 비중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세계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이 비중은 1% 미만으로 떨어진다.

중국에는 하이실리콘과 유니SoC 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많다. 다탕그룹 내 반도체 회사 리드코어는 통신칩 분야에서 뜨고 있다. 미국 퀄컴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5G 시장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저가 멀티미디어 시스템온칩(SoC)으로 시작한 올위너는 최근 차량 SoC 분야에서, 록칩은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사물인터넷(IoT) SoC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터치솔루션 전문 구딕스는 최근 글로벌 지문인식 등 생체인증 센서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회사다. 기가디바이스는 노어플래시 등 저가 메모리 설계 분야로 시작한 민간기업이다. 최근 중국 국가 IC 자금의 투자를 유치했고, 메모리 굴기의 한 축인 허페이창신의 D램 설계 용역을 맡고 있다.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장은 28일 오전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최한 시스템반도체포럼 조찬세미나에서 “시스템반도체 전 분야에서 다수 기업이 생기고, 또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 반도체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736개였던 현지 팹리스 기업 숫자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던 2016년 1362개로 약 두 배 늘었다. 올해는 이 숫자가 1600개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요 팹리스 업체 대부분은 수 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창업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중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전방 산업(시장)이 호조세를 보인 까닭이다. 문화 차이도 있다. 한국 팹리스는 고객사가 특정 대기업에 한정돼 있다. 이른바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들면 다른 곳에 팔기가 어렵다. 중국은 다양한 고객사가 존재한다. 대기업에 제품을 판매한 후 동일 제품을 중소 고객사에 납품해도 문제가 없다.

국가 정책도 큰 몫을 했다. 창업부터 시제품 개발, 상용화 후 판매 장려금 제공까지 매우 넓으면서도 세부적으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심천시는 반도체 설계 기업일 경우 실제 납입 자본금이 34억원 이상인 기업에 10% 자본을 지원한다. 최대 지원금은 10억원이다. 50~90%의 사무실 임대료를 지원한다. 전자설계자동화(EDA) 툴, 설계자산(IP) 라이선스 비용, 테스트 장비 투자비 50%를 지원한다. 특히 최초 마스크 제작 비용의 30%를 제공한다. 창업부터 상용화 전 단계까지 상당한 양의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다. 시제품이 만들어지면 해당 기술을 담보로 2% 금리에 기업당 최대 3억5000만원을 빌려준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고객사가 해당 반도체를 구입할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구매액 50%를 되돌려주는 판매 지원 정책도 있다. 한국에 이런 정책은 전무하다. 그나마 있던 EDA 툴 지원 사업도 근래 종료된 이후 재개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각 부처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를 받아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시스템반도체는 이미 오래 전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들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과도한 지원 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으나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배울건 배워야 한다”고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정부가 비 메모리 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업계에서 좋은 의견이 있다면 협회에 제안을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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