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 번째 10나노급(1z) D램을 개발했다. 경쟁사보다 1년 이상 빠르게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또 다시 세계 최초 기록을 쓰게 됐다. 공정을 한 단계 미세화 하면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 숫자가 늘어난다. 원가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경쟁사보다 원가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 삼성전자의 개발 발표를 다소 이례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은 지금까지 개발보단 '양산 발표'를 주로 해 왔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선 메모리 시황 악화에 따른 부정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개발 완료 후 이를 빠르게 발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이 부회장 등과 만났을 당시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답했다.
21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3세대 10나노급(1z) 8기가비트(Gb) DDR4(Double Data Rate 4) D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성능과 용량을 높인 차세대 1z D램(DDR5, LPDDR5)을 공급한다.
이번 개발은 2세대 10나노급(1y) D램을 양산한지 16개월 만이다. 1z D램은 초고가 극자외선(EUV)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 1y D램 대비 생산성을 20% 이상 향상시켰다. 속도 증가로 전력효율도 개선했다. 1z D램 기반 PC용 DDR4 모듈은 글로벌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의 모든 평가 항목을 통과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 부사장은 "미세공정 한계를 극복한 D램 기술 개발로 초고속·초절전 차세대 라인업을 출시했다"며 "프리미엄 D램 라인업을 지속 추가해 글로벌 고객의 차세대 시스템을 적기에 출시하고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IT 고객의 수요 증가에 따라 평택 D램 라인에서 주력제품 생산비중을 지속 확대 중이다. 2020년 차세대 프리미엄 D램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초격차' 전략을 위해 평택에 안정적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